사업 초기에 선발팀이 현지 사무실과 직원들 숙소 준비를 위해 많은 고생을 했고, 베트남과 한국의 도로설계 기준을 비교검토하고 정하는데 6개월 정도가 소요될 정도로 늦어져서 한국과는 다르게 해외설계는 적용기준 정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발주처와 설계관련 회의를 할 때 영어-베트남-한국어 3개 국어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고 지방정부 회의는 오직 베트남어로 진행되어서 회의 종료 후 같이 참석한 현지 설계회사인 TEDI 직원을 통해 회의 내용을 아는 경우가 있는 등 언어 소통 문제가 다소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3공구 기본설계와 포장보고서 작성을 맡았는데 3공구 현장 답사 때는 베트남 날씨가 여름에는 40~45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더워서 현장 근처에서 갈증 해소를 위해 달콤한 사탕수수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베트남의 최대 설계회사인 TEDI를 공동 참여시켜 한국의 도로설계 기술이전을 통한 베트남 엔지니어링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고, PMC로 참여한 독일 업체를 통해 유럽의 엔지니어링 기술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만금 동서2축 도로건설공사(제2공구)는 국내 최초로 도로 분야 기본설계 기술제안으로 발주된 사업이다 보니 입찰설계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는 등 고생을 많이 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러나 고생했던 만큼 경쟁 입찰에 이겼을 때 성취감도 컸습니다.
본 사업은 바다를 막아 호수가 된 새만금호 중앙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면서 장래 만경강 제방 역할을 겸할 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일반 도로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설계를 수행하였습니다. 워낙 넓은 호수라 파랑에 의한 침식을 고려하고, 2개의 갑문을 통해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조위를 고려한 홍수위 및 도로 종단을 결정하였으며, 성토재가 없어 호수 내 모래질 흙은 준설해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항만, 수자원, 토질 특히 현장에서 시공 중인 시공사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회의를 거치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적의 설계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설계 당시 국내에는 지하 도로에 관한 세부적인 지침이나 규정조차 없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프랑스, 스페인의 대심도를 답사하였으며 국내 실정에 맞는 지하 차도를 설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심도 지하도로 건설은 부족한 지상 도로의 용량 증대, 교통 혼잡 비용 절감 및 승용차 이용 계층을 위한 대안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으며, 경제 성장기 무계획적인 도시화 후 노후화된 도시를 환경친화적 도시로 재생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족한 정부의 SOC 예산을 민간 자본으로 활용한다면, 정부입장에서는 필요한 공공시설을 최적의 시기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07년 최초 제안을 시작으로 2021년 개통까지 무려 15년의 긴 시간 동안의 국내 최초 대심도지하도로라는 큰 이정표를 찍었으며 이 과정 중에 바이패스방식의 환기시스템 도입, 지하구간 다차로 하이패스 설치, 물분무 설비와 내오염도장 등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기술들이 향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도 6호선 양수~덕평은 기본설계 단계부터 아름다운 경관을 극대화시켜 최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구간별 설계를 할 때마다 실제 보이는 경관과 살리고자 하는 느낌이 제대로 구현될지 고민하며 팀원들과 현장 답사만 50차례 이상 다닌 기억이 엊그제 같습니다. 입사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불철주야 도면을 작성하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현장을 방문하며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제가 설계한 이 도로를 드라이브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벅차오르는 감정은 엔지니어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자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